어느 어촌에서는 해마다 머리가 셋이나 달린 이무기에게 아름다운 처녀를 제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그해에는 김첨지의 딸의 차례가 되어 모두가 슬픔에 빠져 있는데, 뜻밖에 늠름한 용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김 첨지 딸의 옷으로 갈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두 머리를 베었습니다. "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 저를 구해 주셨으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 아직은 이르오. 이무기의 남은 머리 하나도 마저 베야 하오." 용사는 백 일만 기다려 달라면서. 타고 간 배가 돌아올 때 흰 돛을 달고 있으면 자신이 살아 돌아오는 것이요, 붉은 돛을 달고 있으면 죽은 것이니 그리 알라며 길을 떠났습니다. 용사가 떠난후 김 첨지의 딸은 백 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산에 올라가 그를 위해 기도하였습니다. 마침내 백 일째 되는 날, 용사를 태운 배가 나타났으나 배는 붉은 돛을 달고 있었습니다. 김 첨지의 딸은 절망한 나머지 자결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용사가 이무기와 싸우다 이무기의 피가 튀어 흰 돛이 붉게 물든 것이었습니다. 급히 오느라 용사는 돛이 붉게 물든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뒤 김 첨지의 딸이 죽은 자리에서는 이름 모를 꽃이 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백일 기도를 하던 김 첨지 딸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 하여 백일홍이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백일홍은 백 일 동안만 피었다 진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