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옛날 어느 외딴섬에 토끼가 살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육지에 한번 가고 싶었으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어 이리저리 궁리를 하던 끝에 하루는 잔꾀를 내어 그 부근의 바닷 속에 있는 악어들을 모두 불러서 의논을 하였습니다. 토끼가 악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악어야,너의 악어들의 무리는 얼마 안 될거야.하지만 우리 토끼들의 무리는 굉장히 많단다.” 그러자 악어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너희 토끼 무리는 지금 너밖에 또 누가 있단 말이냐.” 토끼는 이에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이 섬의 바위 틈이나 나무 그늘에 나의 동족들이 수없이 살고 있단 말이야. 내 말이 믿어지지 않으면 우리 한번 모여서 그 숫자를 헤아려 보기로 할까.”  악어는 쾌히 승낙하며 말했습니다. “좋아. 하지만 그 수를 누가 어떻게 헤아린단 말이냐?”  “그거야 아주 쉬운 일이지. 너희 악어 무리를 모두 불러 모아서 이 섬에서 저쪽 육지까지 한 줄로 나란히 떠 있게 하면 내가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지. 그 다음에 우리의 종족이 모일 때는 너희들이 헤아리면 되지.” 이렇게 해서 악어는 그 부근 바다에 있는 모든 악어들을 불러 모아 토끼가 하라는 대로 일렬로 물 위에 떠서 마치 섬과 육지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처럼 하고 기다렸다. 토끼는 쾌재를 부르며 바다에 떠 있는 악어의 등을 깡총깡총 뛰어 육지로 건너갔습니다. 다음은 토끼의 무리를 헤아릴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온종일 기다려도 토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악어는 토끼에게 속은 것을 알고는 토끼를 찾아가 배신당한 앙갚음으로 토끼의 털을 물어뜯어 빨간 알몸을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때 마침 그곳을 지나던 신이 토끼의 몰골을 보고 토끼에게 사연을 물었다. 토끼는 전후 사정을 말하고 구원을 요청하였다. 신은 토끼의 행위를 꽤심하게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이 산을 넘어 양지 바른 곳에 가면 부드러운 풀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 풀을 모아 깔고 누어있으면 너의 몸의 상처는 가셔질 것이니 그리 하여라.” 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어디론가 훌쩍사라져 버렸습니다. 토끼는 신의 지시대로 산을 넘어 마른 풀을 모은 다음 그 곳에서 며칠을 지냈습니다. 그러자 상처도 아물고 털도 모두 새로 나게 되어 전과 같은 몸이 되었습니다. 이때 토끼가 사용한 풀이 바로 부들이었다고 합니다. 이 전설에서 부들의 꽃가루나, 꽃이 지고 난 뒤의 솜 같은 열매가 지혈 작용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