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어느 고장에 한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모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자라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가씨였습니다. 그녀에게는 그녀를 사랑하는 청년이 세 사람 있었습니다. 하나는 성주의 아들이고, 또 한 사람은 기사, 마지막 한 명은 장삿군의 아들이었습니다. 이 세사람은 처녀의 사랑을 얻고자 서로 제각기 맹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와 결혼해 주면 왕관을 드리리다' 성주의 아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처녀는 그의 말에 '네, 좋아요' 하고 기꺼이 대답했습니다. '제 신부가 돼준다면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검을 드리겠소' 무릎을 꿇고 구혼하는 기사의 용감한 모습에 처녀는 자기도 모르게 '네, 좋아요' 이렇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에게 승낙을 해 버린 사실을 깨닫고 그녀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한 몸으로 어찌 두 사람에게 시집을 갈 수 있는가 하고요. 그런데 장삿군의 아들이 와서 역시 결혼을 신청했습니다. '나하고 결혼해 주시면 곳간에 있는 금 덩어리를 모두 드리겠습니다.' 소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왕관도, 검도, 그리고 금 덩어리도 필요치 않아. 하지만 세 사람은 모두가 정말 훌륭한 분들이야)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그만 '네, 좋아요' 이런 말이 나와 버리고 말았습니다. 세 젊은이는 처녀가 자기네들 모두에게 결혼을 승낙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나쁜 년 같으니! 너는 요부가 분명해! 너 같은 것은 죽어도 싸다!' 그들은 처녀에게 마구 욕을 하고 죽여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녀의 시체를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얼굴은 숭고하리 만큼 깨끗했습니다. 그들은 그 모습을 보자 똑같이 외쳤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나쁜 사람일 리가 없다!'  꽃의 여신 플로라는 처녀가 결코 남자를 속일 수 있는 인간이 아니고, 다만 세상물정을 모르고 있었던 탓임을 알고 있었던 만큼, 이 처녀의 죽음을 매우 슬퍼했습니다. 그리하여 소녀의 아름다움을 인간세계에 알리고자 그녀를 생명이 있는 꽃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처녀의 이름은 튜울립이었고 꽃은 왕관을 닮았으며 잎은 칼 모양에 구근이 황금빛인 것은 그 때문이거니와 이 꽃의 봉오리가 활짝 피지 않는 것은 처녀의 순결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