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산골 마을에 도라지라고 하는 소녀가 먼 친척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오빠는 공부를 하기 위해 먼 나라 중국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소녀는 의지할 곳이 없었으므로 전부터 잘 아는 절의 스님에게 맡겨졌습니다. 집을 떠나던 날 오빠는 소녀에게 열 손가락을 펴 보이며 말하였습니다. “얘,도라지야.내가 l0년만 공부하고 돌아올 것이니 너도 스님 밑에서 공부하면서 내가 올 때를 기다려라.” 이렇게 약속을 하고 떠났던 오빠는 l0년이 지나도 좀처럼 올 줄을 몰랐습니다. 소녀는 매일 오빠를 기다렸습니다. 뒷산에 올라가 먼 바다를 바라보며 오빠를 그렸습니다. 그러나 오빠는 소식조차 없었습니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오빠는 풍랑을 만나서 바다에 빠져 죽었다느니, 중국에서 결혼을 하고 그곳에서 살고 있다느니 하는 구구한 이야기들 뿐이었습니다. 소녀는 마침내 오빠가 돌아올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생을 혼자 지내기로 결심하고 절을 떠나 깊은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후 많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어느덧 소녀는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어느 날 문득 오빠가 떠났던 옛날 바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빠를 기다리던 뒷산으로 올라가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오빠! 지금이라도 돌아오셔요. 오빠가 보고 싶어요.” 할머니는 그리움에 북받쳐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등뒤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도라지야.” 어찌나 큰 소리였던지 할머니는 그만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 후 할머니가 숨을 거둔 자리에서 한송이의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이 꽃을 도라지꽃이라 불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