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그림이라면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로 잘 그리는 화공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그 솜씨가 뛰어났던지 그의 이름은 이웃 나라에도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평생 그의 그림을 한 점이라도 가져 보기를 소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화공은 그림 솜씨만으로도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지만 사실 그는 다른 이유로도 세상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답니다. 바로 그의 부인이 천하일색이었기 때문이지요. 너무도 아름다운 부인에 대한 연정으로 많은 남자들이 상사병으로 몸져누웠습니다. 어떤 부자는 그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다 바쳐도 아깝지 않겠다는 말을 하곤 했지요. 화공의 집은 항상 사람들로 들끓었습니다. 화공의 뛰어난 그림 솜씨도 보고, 아름다운 부인의 얼굴도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마을의 원님도 화공에 대한 소문을 듣고는 몰래 화공의 집에 가 보았습니다. 그는 화공의 그림 솜씨와 부인의 아름다운 자태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원님도 그런 여자와 단 하루만이라도 살아 보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남의 부인을 막무가내로 데려올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략을 꾸미기로 했습니다. 비록 비상한 재주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하찮은 화공이 어쩌랴 싶었던 거지요. 원님은 사람들을  꼬드겨 관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게 한다는  터무늬없는 죄목으로 화공의 아내를 잡아들여 가두었습니다. 아내의 면회를 청하는 화공에게는 계속해서 찾아오면 같이 잡아들여 목을 베겠다고 위협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면서 원님은 마침내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 나에게 수청 들라. 그리하면 너는 감옥에서 풀려날 뿐만 아니라 네 남편으로 하여금 마을의 모든 그림을 그리게 할 것이니라. "  그러나 부인은 외모 못지 않게 마음 또한 금강석처럼 아름답고 단단했습니다. " 제 남편이 그림을 못 그리게 될지언정 다른 남자의 수청을 들 수는 없습니다." 원님은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부인을 처형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그렇게 되면 저 아름다운 여인이 영영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그는 언젠가는 그녀의 마음이 돌아서겠거니 하면서 그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화공은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까지 들 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무도 모르게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원님에 대한 원망을 섞어 그림 한 장을 그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내가 갇혀 있는 성 밑으로 다가가 그곳에 그림을 묻고는 슬피 울다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성에 갇혀 있던 부인은 매일 밤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는데, 그때마다 남편이 나타나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 사랑하는 부인! 오늘도 무사히 밤을 보내고 있는지요? 나는 밤마다 당신을 찾아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아침해가 솟고 당신도 잠에서 깨어나니,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구려. 내일 밤 다시 찾아오리다. " 부인은 성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화공이 그림을 묻었던 그 자리에 나팔처럼 생긴 꽃 한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이 꽃을 나팔꽃이라 불렀습니다. 아침에 잠깐 피었다가 이내 시들어 버리기는 하지만, 화공이나 그 부인처럼 인내심 있게 가을까지 그리움의 향수를 사랑에 퍼트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