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에게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사과나무였지만, 그것은 하룻밤 사이에 하얀 꽃을 피우며 금빛 열매를 맺는 아주 신기한 나무였습니다. 하지만 임금님은 한 번도 그 황금 사과를 먹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과나무는 매일 밤 달콤한 향기를 퍼트리며 하얀 꽃을 피우고 금빛 열매를 맺는데도, 아침이 되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황금 사과를 훔쳐 가는 걸까? 아니면 사과가 저절로 없어지는 걸까?' 이상하게 생각한 임금님은 세 명의 왕자로 하여금 나무를 지키게 했습니다. 첫째 왕자가 제일 먼저 사과나무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해가 지자 왕자는 사과나무 밑에 섰습니다. 주위는 너무나 조용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밤이 깊어 지자 바람만 차가워질 뿐이었습니다. 덜덜 떨던 왕자는 방으로 돌아가서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아주 잠깐 동안만 몸을 녹일 작정이었지만, 눈을 뜨자 벌써 아침이 밝아 있었습니다. 다음날 밤은 둘째 왕자가 감시를 했지만 마찬가지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또 그 다음날 밤, 셋째 왕자가 사과나무를 지킬 차례였습니다. 왕자는 사과나무 밑에 침대를 옮겨 놓았습니다.추워지면 침대에 파고들어 나무를 감시하리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또 머리카락을 한 웅큼 나뭇가지에 묶어 놓았습니다. 왕자는 미소지으며 침대에 누웠습니다. 흰 꽃이 하나하나 피기 시작했습니다. 한밤중이 되어 꾸벅꾸벅 졸던 왕자는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아픔에 놀라 눈을 떴습니다. 사과나무는 금빛 열매를 가득 매단 채 빛나고 있었고, 나뭇가지에는 공작이 앉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까!'눈을 크게 뜨고 보는 중에도 차례차례 여덟 마리의 공작이 날아왔습니다. 아홉 마리째의 공작을 쳐다보는 순간 왕자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한층 더 아름답고 꼬리가 긴 공작이었습니다. 그 공작은 가볍게 땅에 내려서자마자 아름다운 소녀가 되었습니다. 소녀가 얇고 큰 천을 땅에 펼치자 여덟 마리의 공작이 그 위에 황금 사과를 떨어뜨렸습니다. "누구시죠? 황금 사과를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왕자가 물어 보아도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달빛처럼 희고 아름다운 얼굴은 슬픔에 젖어 있었고, 크고 검은 눈동자가 조용히 왕자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공작들이 사과를 하나도 남김없이 천 위에 떨어뜨리자 소녀는 커다란 보따리를 만들었습니다. " 이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항상 사과를 주셔셔 감사합니다. "  그리고 소녀는 빙긋이 웃으며 오른손에 하나, 왼손에도 하나 황금 사과를 들어 왕자에게 내밀었습니다. " 임금님께 하나, 왕자님께 하나." 소녀는 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는 공작이 되어 친구들과 함께 날아올랐습니다. 아홉 마리의 공작은 황금 사과를 담은 보따리를 움켜잡고 훨훨 날아갔습니다.  "공작 공주...."  왕자는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왕자는 공작 공주의 슬픈 듯 아름다운 미소를 잊지 못했습니다. 매일 밤 왕자는 사과나무 밑에서 소녀를 기다렸지만, 공작은 두 번 다시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왕자는 굳게 결심을 하고 공작 공주를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왕자가 먼길을 헤맨 지 3년 3개월이 되는 날, 그는 어느 노인을 만났습니다. " 이 나라 북쪽 끝에 악마가 사는 계곡이 있지. 언제부터인지 수백마리의 공작이 모여 공작의 계곡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참으로 신기하고 아름다운 곳이지. 하지만 악마가 공작을 독차지하고 있다네." 노인의 이야기를 들은 왕자는 나는 듯이 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3일간 걸어서 도착한 그곳은 황홀한 공작의 나라였습니다. 색깔도, 크기도, 모양도 똑같은 아름다운 공작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공작 공주! 만약 이곳에 있다면 내 곁으로 와 주오. 당신을 만나기 위해 먼길을 오랫동안 헤매고 다녔소." 왕자가 외치자,계곡을 흔드는 웃음소리와 함께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이거 재미있군. 넌 오직 한 마리의 공작을 찾으러 왔단 말이지? 그러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공작들 속에서 네가 원하는 공작 공주를  찾아 보아라. 찾아내면 인간의 모습으로 되돌려 주마. 여기 있는 모든 공작들까지." 왕자는 씩씩하게 공작들 사이로 걸어갔습니다. '공작 공주, 제발 대답해 주오. 신호를 보내 주시오.' 왕자는 마음속으로 되뇌며 걸었습니다. " 넌 결코 찾아낼 수가 없어. 너의 공작 공주도 많은 소녀들도 죽을 때까지 공작의 모습으로 살아야 돼." 이때 한 마리의 공작이 날아올랐습니다. " 나의 공작 공주다." 왕자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악마는 사라지고 계곡은 소녀들로 가득 찼습니다. 왕자의 옆에는 그 공작 공주가 서 있었습니다. 소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막내 왕자와 공작 공주는 사과나무 아래로 돌아왔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황금빛 열매를 맺는 나무에서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사과나무는 새하얀 꽃을 뿌려 두 사람을 축복해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