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스에 에코라는 님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가 매우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냥에는 언제나 같이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 에코에게는 한 가지 결점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자기하고는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도 참견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쥬피터의 아내 쥬노가 남편을 찾고 있었습니다. 바람둥이 남편이 혹시 님프들과 놀고 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수다스러운 에코가 이러쿵 저러쿵 수다를  떨면서 여신을 붙잡고 있는 동안 쥬피터와 놀고 있던 님프들은 그 사이에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이 계략을 안 쥬노는 화가 나서 에코에게 벌을 내렸습니다. "너는 다시는 그 혓바닥을 놀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다만 대답하는 경우에만 허락해 주마."이런 벌을 받은 에코가 어느 날 미소년인 나르시소스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르시소스는 님프들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에코는 그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좋아져 뒤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사모하고 있다는 말을 입밖에 낼 수가 없어 마음만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먼저 말을 걸어 주길 기다리면서 자기의 대답을 준비해 두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나르시소스는 사냥을 하다가 친구들과 헤어지게 되어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거기 아무도 없나?" 에코는 반색을 하며 대답했습니다. "녜. 있어요."나르시소스는 난데없는 에코가 뛰어나와 그의 목에 매달리는 것을 보고, 뒷걸음질치면서 외쳤습니다. "손을 놓으라구! 너 따위한테 안길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나를 안아줘요." 에코는 애원했으나 그는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숲 속으로 들어가 동굴에서 살 게 되었으며, 슬픔과 기다림에 지쳐 마침내 몸이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리고 뼈는 바위로 변하고 남은 것은 목소리뿐이었습니다. 나르시소스의 가혹한 처사는 비단 이것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에코를 뿌리친 것과 같이 무정한 방법으로 다른 님프들의 사랑도 모조리 거부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한 님프가 복수의 여신에게 빌어, 나르시소스도 상대방이 견딜 수 없게 좋아지고, 게다가 실연 당하도록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복수의 여신은 나르시소스의 교만한 행동을 미워하고 있던 터라 그 소원을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어느 숲 속에 맑은 샘이 있고, 그 물은 마치 거울처럼 맑았습니다. 이 샘가에 어느 날 나르시소스가 사냥과 더위에 지쳐 찾아왔습니다. 그는 몸을 굽혀 물을 마시려고 하다가 물에 비치는 자기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는 그것이 샘가에 사는 아름다운 물의 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빛나는 눈, 탐스러운 볼, 맵시 있는 입술, 상아처럼 흰 목덜미.... 그는 마침내 자기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갖다대거나, 안으려고 물 속에 손을 넣으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은 매정하게도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기에게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아, 그대는 어이하여 나를 피하지? 숲의 님프들은 모두 나를 좋아하고 있고, 그대 역시 내가 웃으면 웃음으로 대꾸하고, 내가 손짓하면 역시 손짓을 하면서 말이다. 제발 피하지 말아주오." 사랑의 포로가 된 나르시소스는 샘에서 떠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고 자기 모습을 쫓아 샘가를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물의 님프는 아무래도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를 않았습니다. "가지 마오. 기다려 줘!"그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몸을 태웠습니다. 그 때문에 온 몸의 기운을 잃어가고 말았습니다. 그가 "아아"하고 한탄하면, 에코는 여전히 그의 곁에서 같은 말로 대꾸했습니다. 이윽고 나르시소스는 슬픈 나머지 말라죽고 말았습니다. 님프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했습니다. 특히 물의 님프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나르시소스의 시체를 태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체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 한 떨기의 꽃이, 안이 빨갛고 둘레에 흰 잎을 달은 꽃, 즉 수선화가 피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존심이 강한 나르시소스의 일을 상기하여 이 꽃을 나르시소스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