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남국의 청년 한 사람이 두메 산골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마을의 어느 소녀 하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장래를 약속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얼마 가지 않아서 슬픈 운명이 닥쳐왔습니다. 이 청년이 그 고을을 멀리 떠나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달 밝은 봄날 저녁, 가까이 있는 동산에 올라가서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미어지는 이별의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소녀는 청년의 옷깃을 잡고 슬픔을 억누르면서 속삭였습니다. 당신에게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고향은 남쪽 나라 따뜻한 곳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 다음에 오실 때는 동백나무의 열매를 꼭 갖다 주세요. 그 나무의 열매 기름으로 나는 머리를 예쁘게 치장 하여 당신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그러자 청년이 소녀의 손을 꼭 잡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니오. 많이 가져다가 당신에게 드리겠소.”하고 굳은 약속을 남긴 청년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그곳을 떠나 바다 건너 멀리 남쪽 나라로 떠났습니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가을 바람이 일고 기러기가 날기 시작했습니다. 소녀는 혹시나 청년에게서 소식이 있을까 하여 매일 문 앞에서 먼 바다 쪽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소녀는 한숨과 눈물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손을 꼽아 헤아려 보니 떠난 지 어느 새 만 l년이 지나 있었습니다. 봄날의 달빛은 헤어지던 그 날과 다름없이 비쳐오건만 한 번 떠나간 임은 소식조차 없는 것이었습니다. 소녀는 지나간 날들의 회포를 가슴 속에 보듬고 그 동산을 헤매면서 돌아오지 않는 청년을 그리워하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청년은 그리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이 산골로 소녀를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청년의 부푼 가슴은 산산이 조각나고 말았습니다. 소녀의 죽음을 알게 된 청년은 미친 듯이 소녀의 무덤 앞으로 달려가 땅을 치고 통곡을 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간 소녀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청년은 인생의 무상함을 절감하면서 소녀를 위해 갖고 온 동백나무 열매를 무덤 주위에 뿌리고 다시 멀리 떠나 버렸습니다. 그 이후 청년에 의하여 뿌려진 동백나무 열매는 싹이 트고 줄기 가 나서 마침내 꽃이 피고 열매를 맺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동산 전체가 동백꽃으로 불타는 듯이 빨갛게 덮였습니다. 죽은 소녀의 넋이 한이 되어 그 한이라도 푸는 듯이 봄이면 동백 꽃으로 동산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