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이 졸립습니다. 멀리에서 우짖는 종달새 소리는 고요하기만한 한낮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는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한 점 구름은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먼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신들이 모여 사는 궁전에도 따뜻한 햇볕은 내리쬡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지냈던 신들도 무엇인가 새로운 일거리가 없나 하고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궁전에서 사는 신들이 해야 할 일거리는 없었습니다. 신들은 그저 저희들끼리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일이라고 해야, 땀을 빨뻗 흘리며 하는 일이 아닙니다. 하늘의 천사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엿듣는 일이라든지, 땅 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엿보는 것이 일이었습니다. “참 심심한데·····." “하프나 타지 그래?” “하프를 타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은걸.”  어떤 신들은 바둑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땅에서 바둑을 두듯이 신전에서도 바둑을 두려는 것인가 봅니다.  따뜻한 양지바른 잔디 위에서 바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낮잠을 자는 신도 있고, 뜰을 쓰는 신도 있고, 눈을 지그시 감고 시를 읊는 신도 있었습니다. 젊은 신들은 잔디밭에 엎드려 책을 보기도 하고, 씨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뭐 신나는 일이 없나?”  젊은 여신은 제각기 흩어져 있는 신을 보니, 답답하고 궁상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춤이나 춰 볼까?”  한가롭게 책을 보고 있는 바람의 신을 젊은 여신이 불렀습니다.  팔을 벌리고 춤을 추자는 시늉을 한 것입니다. 춤이라면 죽고 못 사는 바람의 신은 젊은 여신에게 좋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두 신은 궁전 뒤뜰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흥겹고 신났습니다.  바람의 신이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줄은 젊은 여신도 일찍이 몰랐던 것입니다.  한 시간이 흐르고, 두 시간이 지났습니다. 점심 먹는 시간까지도 잊은 채, 춤에 빠져있는 젊은 여신. 젊은 여신은 너무 흥겹게 춤을 추다가 그만 치맛자락으로 주피터 신이 제일 사랑하는 꽃 나무의 꽃을 모두 떻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춤을 출 때부터 젊은 여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주피터 신입니다. 점심 시간까지 잊고 춤에 빠져 있는 젊은 여신을 못마땅하게 보고 었던 주피터는 이것을 구실로 벌을 줘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게,듣거라.”  정신 없이 춤을 추는 두 신 앞에 나타난 주피터 신은 불호령을 내렸습니다.  “너희들은 지금 몇 시인데 이렇게 정신 없이 춤만 추느냐······. 더구나 내가 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꽃을 모조리 떨어뜨리고·. 네가 지은 죄를 알렸다?”  젊은 여신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닌게아니라, 돌아다보니 주피터 신이 제일 좋아하는 꽃밭이 쑥대밭이 된 것입니다.  “누가 먼저 춤을 추자고 했느냐?”  주피터의 음성은 몹시 노해 있었습니다. 젊은 여신은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먼저 했습니다. ”음 “  주피터 신은 한동안 눈을 감고 무얼 생각하고 서 있다가 젊은 여신을 노려보았습니다.  “너는 꽃을 띨어뜨린 죄를 알겠지?” “네······.”  “바람의 신을 유혹한 죄도 알겠느냐?” “네?”  “유혹한 죄를 알겠느냐 말이다.” “네,알겠습니다.”  “그럼, 벌을 달게 받겠지?”  “신이여,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주피터 신은 눈을 감고 주문을 외었습니다. “너는 한 포기 배추꽃이 되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젊은 여신은 눈앞이 아찔했습니다.  “그리고 치맛자락은 속죄하기 위하여 사람에게 베어 주어야 한다.” “배추꽃······.아아, 제발 신이여···"  이 말을 남기자 젊은 여신은 그자리에서 배추꽃이 되었습니다.

하늘로 하늘로 향해 피는 배추꽃. 배추꽃은 이제나저제나 주피터 신이 용서의 기쁜 소식을 전해 올까 하는 생각에 잠겨 장 다리처럼 키만 컸습니다.  이때부터 신전에서는 춤을 추는 일이 없어 졌고, 땅에는 배추가 사람의 먹이로 쓰였다고 합니다.  배추장다리꽃의 꽃말은‘희생’또는‘눈물’입니다.